<개요>
- 불안
- 방어기제 (성숙하지 않은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
- 성숙한 방어기제 만들기
불안에 대처하는 유아의 능력이 곧 그가 어떻게 삶 자체에 대처해 나갈지를 결정짓는다 – Richy Emanuel-
불안
불안은 정신분석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입니다. 불안은 위험이 가까이 있다고 느끼고 스스로 통제하기 힘들다고 느낄 때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불안은 현실적 불안, 신경증적 불안, 도덕적 불안으로 세 가지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먼저 현실적 불안은 현실세계에 실제로 정말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아가 현실에 존재하는 어려움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자각하여 나타나는 불안입니다. 예를 들어 당장 수능시험을 앞둔 학생들 같은 경우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불안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현실적 불안은 그 원인이 끝나면, 가령 수능시험이 끝나면 불안은 해소될 것입니다. 그다음 신경증적 불안은 원초아(id)의 충동 때문에 불안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원초아(id)는 본능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저번 포스팅에 말씀드렸는데요. 만약 원초아(id)가 옆에 있는 어떤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래서 바로 앞 뒤 안 가리고 그 사람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예전에는 자아(ego)가 '야, 너 그러면 감옥 가' 하면서 원초아(id)의 충동을 잘 통제해 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원초아(id)의 충동이 너무 강해져서 빈번히 자아(ego)가 너무 힘에 부치는 겁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자아는 '내가 어쩌면 이제 원초아(id)를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몰라.'라고 생각될 때 경험하게 되는 불안이 신경질적 불안입니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불안은 초자아(super ego)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불안입니다. 초자아(super ego)가 자아(ego)의 의사결정을 심하게 비난합니다. '자아(ego)야, 너 그 결정 원초아(id)랑 똑같아. 네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껴봐야 해'라고 하면서 계속 자아(ego)를 처벌하려고 합니다. 자아(ego)가 튼튼하면 이런 속삭임에도 흔들리지 않았을 텐데, 점점 자아(ego)는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수치심마저 들기 시작하는데 이런 것이 도덕적 불안입니다.
방어기제
현실적 불안 같은 경우는 현실에 존재하는 위협을 제거하면 바로 해결 가능하지만 문제는 원초아(id)와 초자아(super ego)라는 성격 구조는 우리의 무의식 안에 있는 성격구조이기 때문에 신경증적 불안과 도덕적 불안은 쉽게 없애기도 어렵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아는 이런 불안이나 죄의식 같은 고통스러운 정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경험을 왜곡하거나 위장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이런 걸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자아는 이런 방어기제를 통해서 심리적인 방법을 활용해 불안을 감소시키려고 합니다. 방어기제는 정신 역동 이론 중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로, 개인의 주된 방어 기제 특성을 통해 행복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고도 보았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성인 발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어기제는 그 성숙도에 따라 구분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미래에 더 높은 심리적 안녕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방어기제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성숙하지 않은 방어기제
- 억압: 우리가 견디기 힘든 충동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억눌러서 의식 속에 떠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 말합니다. 또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강한 욕망들은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 무의식에 가둬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학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예를 들 수 있습니다.
- 투사: 투사는 내가 가진 충동이나 욕구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려서 불안을 경감시키는 걸 말합니다. ’나는 걔가 싫어”라고 말하지 않고 '걔가 나 싫어해'라고 한다거나, '내 양심이 나를 괴롭혀'라고 하지 않고 '그가 나를 괴롭혀'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투사의 특징은 불안의 주체가 자기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바꿔버린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그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미워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자아가 이런 형태로 방어하는 것은 이를 객관적 불안으로 바꿔 버림으로써 어느 정도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 반동 형성: 원래 자기가 실제로 가지고 있었던 감정과는 반대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상대방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상대방은 내가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봐 불안합니다.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을 오히려 아주 과장해서 잘해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친한 감정을 반드시 표현해야만 합니다. 만약 표현을 안 하면 표면에 적의가 나타나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반동형성은 내적 위협과 외부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타인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반대로 그 사람과 친해지려고 하고, 사회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반대로 사회적 관습에 철저히 복종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어떤 규칙을 과장해서 엄격하게 준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규칙 준수는 사실 규칙 준수의 가면 뒤에 반항심과 적개심에 쫓기는 그 자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로 반동 형성은 그 반동이 형성되게 한 근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합니다. 자식을 원망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기 두려운 어머니는 이상하리만큼 자식에게 간섭합니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행해지는 과잉보호는 사실상 일종의 원망의 감정에서 나온 처벌인 셈이지요.
- 퇴행: 우리가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평화롭고 안전했던 생활로 되돌아감으로써 불안을 줄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기 때문에 과거에 어렸을 때 했던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손가락을 빨기도 하고, 과식하고, 어린아이처럼 옷을 입고 차를 난폭하게 몰고 등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현실에서 이탈하려고 합니다.
- 주지화: 감정을 직면하거나 표현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지성적으로 다루는 척 하면서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거나, 이성적인 지적 활동에 몰두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선거 TV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질문을 받았을 때 유창하게 답변하는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질문과는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을 직면하기보단 장례 절차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 전위: 본래의 대상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대체하여 에너지를 바꿈으로써 긴장을 완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에게 꾸짖음을 듣고 동생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 수동 공격성: 능동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 앞에서 누군가의 약점을 자연스럽고 티나지 않게 드러내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2) 성숙한 방어기제
- 이타주의: 자신의 갈등과 스트레스 요인을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해결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식을 잃은 부모가 고아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 예측: 미래에 예견되는 위협에 미리 대처하는 것입니다. 친구와 갈등을 빚고 난 후 친구를 다시 만나기 전에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생각해 보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 유머: 곤란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거나 특정 상황에서 괴롭고 불편한 기분을 누그러뜨리려 웃음과 농담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재치있는 말과 행동을 하며 웃음을 유발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 억제: 의식적으로 생각과 느낌을 누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간고사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후 심리적으로 동요되지 않게 노력하는 것입니다.
- 승화: 수용될 수 없는 충동을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분노를 스포츠, 예술 등으로 충족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성숙한 방어기제 만들기
자아의 방어기제는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처리합니다. 이러한 방어기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발달에서 기인합니다. 유아기의 자아는 약해서 자신에게 들어오는 모든 요구를 종합하지 못해 방어를 위한 보호 수단으로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아기가 지나서도 이러한 방어기제를 쓴다면 이는 자아가 발달하지 못할 때 지속되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성숙' 해져야 합니다. 자아가 성숙의 영향을 받고 발달해야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환경입니다. 어린아이에게 능력에 맞는 일련의 경험들을 겪게 되면서 조금씩 모험도 하고 극복하다 보면 자아는 방어기제를 벗어나 실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좀 더 성숙하고 긍정적인 방어기제를 쓸 수 있게 되겠지요. 또 한가지 드릴 수 있는 팁은 자신의 방어기제를 받아들이고 이를 상대에게 정중히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싸울 때마다 동굴 속에 들어가거나 입을 꾹 닫는 경우 상대방과의 관계가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자신의 방어기제로 인해 인간 관계가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자신의 이러한 방어기제를 미리 인식한다면 상대에게 이렇게 말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내가 필요한 건 잠시 생각할 시간이야. 그러니 조금만 대화하기 전까지 시간을 좀 줘' 이렇게 말한다면 상대는 오해하지 않고 정말 있는 그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구나 하고 받아들일 거예요.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상대의 방어기제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억측과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제일 좋은 건 여러분의 성숙하지 못한 방어기제는 여러분이 의식하지 못한 채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직면하고 인정하고 수정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요!